작년 3월 경, 갑작스레 극심한 허리 + 골반 통증이 생겨 일상생활 불가인 지경이 되었다. 2020년 12월, 척추측만 수술을 받았는데 그 이후로 쭉 쉬면서 너무 허리를 안썼는지 조금만 오래 앉아 있으면 뜨끔 뜨끔 하는... 골절에 버금가는 통증이 생겨서 결국 일요일에 고향에 내려가 내내 부모님의 간호를 받으며 일주일간 누워있어야 했고, 한의원에 매일 같이 찾아가 봉침 + 부황 + 뜸치료를 병행해야 했다. 솔직히 젤 통증이 심할 때는 내가 이래서 더 이상의 사회생활이 가능할까 의문스러울 정도였는데, 다행히 차도가 있어서 본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 느꼈던 건, 허리 근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운동을 해야겠다 결심했지만... 휠체어를 타고 운동할 수 있는 곳은 솔직히 전무한 수준이었다. 서울에는 그나마 존재하긴 했지만 내가 사는 동네랑은 너무 떨어져 있어서 찾아가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라도 하나 얻어걸려라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필라테스라는 걸 우연히 알게되었다. 사실 필라테스가 최근에 엄청 많이 생겨서 거의 없는 동네가 없을 정도이고, 한 건물 안에도 여러 곳 있는 데도 많긴 하다. 근데 정확히 뭔지는 몰라서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필라테스가 사람 이름이고... 군인들의 재활 목적으로 생겼고... 근데 인터넷 상으로 봐서는 주로 여성들이 몸매를 가꾸기 위해 하는 운동처럼 보였다. 필라테스 검색해보면 다들 알겠지만 몸매 예쁜 분들이 쫄쫄이 옷을 입고 하는 이미지만 무진장 뜨기 때문에 나랑은 거리가 엄청 멀어보였다. 그래도 코어 근육 기르긴 좋다는데... 나도 하면 좋을텐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애인 필라테스를 검색했는데, 어?... 뭐가 있긴 있었다.
배리어프리 필라테스라고? 그렇다면... 나도 할 수 있으려나?
사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을 우리는 대부분 지체장애인이라 말하지만, 휠체어를 탄다고 해서 모두의 신체적 특성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질병 또는 사고로 척수 손상을 입어 하반신 또는 상·하반신을 모두 못쓰는 분이 있는가 하면 나 같이 골형성부전증이 있어서 뼈가 약해서, 혹은 변형돼서 못걷는 사람도 있다. 그 외에도 휠체어를 타는 이유는 다양하다. 아예 지체장애가 아니라 뇌병변인 경우도 있다. 근데 보통 장애인 운동이라 하면 척수장애인 위주인 경우를 많이 봤다. 아니면 아예 팔, 다리 기능에 별로 어려움이 없는 시, 청각 장애인, 발달장애인이거나.
나 같은 경우는 내 병에 대한 이해가 일단 먼저 있어야 운동을 할 수 있을텐데. 내 병을 알긴 알까? 하다가 다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조금 불안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께서 전화를 받으셨고, 나는 내 몸 상태를 설명했다. 나의 불안함 + 머뭇거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일단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며 와보라고 하셨다. 용산이라 집에서 1시간 정도 걸려서 고민이 좀 됐지만.. 그래도 안해보고 포기하는 것보단 해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나으니까 네이버에서 예약을 하고 가기로 했다.
용산 해링턴스퀘어에 위치한 디아필라테스. 일단 건물은 신식 아파트 상가라서, 휠체어 접근에는 무리가 전혀 없었다. 들어갔더니 선생님께서 무척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일단 해보자고 하시며 캐딜락이라는 침대 비슷한 기구에 올라올 수 있냐고 물으셨다. 뭐 옮겨 앉는 거야 힘들지 않으니 냉큼 올라갔다. 그리고 가벼운 스트레칭부터 시작했다. 어?... 이거 생각보다 너무 많이 시원하잖아? 해보기 전까지 머뭇거리던 마음은 아예 사라지고, 평소에 쓰지 않는 골반, 허리근육에 자극이 가니 너무 좋았다. 50분 정도 맛보기로 체험해보고 바로 결심했다. 계속 해야겠다고.
< 1년 동안의 운동 사진 >
그래서 그 이후로 1년 정도 가급적 주 1회 정도는 꼭 하면서 필라테스를 해오고 있다. 내가 몸이 불편하니까 쓸 수 있는 기구도 한정적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 왠걸? 캐딜락부터 리포머, 체어, 바렐까지 모두 활용해 매주 다양한 운동을 하고 있고, 요가링, 밴드, 밸런스쿠션, 폼롤러 등등 소도구도 끝없이 등장해서 운동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해준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지속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 선생님의 장애에 대한 이해도와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디아 필라테스 이디다 선생님 덕분에 운동에 흥미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해올 수 있었다. 장애인의 운동은 특이하고 번거로운 것이라는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비장애인 운동과 하나 다를 바 없다고 늘상 말씀하시는 선생님 덕에, 내 몸에 대한 자신이 점점 생긴다. 나는 골형성부전증이 있고 저신장 장애인이기 때문에 비장애인과는 조금 다른 신체비율과 뼈의 강도를 가지고 있다. 그치만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신다. 항상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시면서. 예쁜 얼굴로 웃으면서 운동하자고 하시면서 긍정적으로 이끌어주시니 안되던 것도 도전하게 된다.
그리고 정말 정말 놀라운 사실 하나는, 필라테스를 하고 나서 내 배에도 근육이란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그저 나의 배에는 지방만이 존재한다고, 운동하는 다른 사람들이 가진 복근은 저 멀리 비현실의 이야기고 나에게는 물렁물렁한 뱃살만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대체 근육이 뭐죠? 근데 필라테스 하고 내 배에도 근육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따로 식단은 하지 않아서 힘을 주지 않으면 별 차이가 없긴하지만, ㅋㅋㅋ 그래도 힘을 빡 주면 뭔가가... 생긴다!! 그리고 몸이 전체적으로 좀 다부져진 느낌이다. 예전에 못들었던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옮길 수도 있게 되었을 정도? 그리고 어찌 저찌 하면 윗몸 일으키기도 때로 가능하다 (첨에는 아예 안됐는데 이것도 조금씩 늘어서 디다샘이 도와주시면 그나마 조금 될 때가 있다!! 신기해!!)
그리고 척추 수술 후에 전체적으로 등 감각이 많이 사라졌었는데, 필라테스 하며 등에 자꾸 자극을 주다 보니 감각이 많이 돌아왔다. 운동하지 않을 때는 등을 누가 만져도 모를 정도였는데, 지금은 감각이 좀 돌아와서 운동을 하다보면 뭔가 피가 통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실제로도 많이 돌아왔고 앞으로도 더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중이다.
장애인도 충분히 운동할 수 있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꾸려진 운동센터들 때문에 접근성이 거의 전무하고, 장애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강사들 위주라 그렇지, 운동을 못하는 게 장애인 당사자 때문은 아니다. 그러니 기회가 된다면 더 적극적으로 운동하며 널리 알리고, 더욱이 건강한 장애인으로 살아야지! 그리고 이런 건강한 마음을 갖게 해준 디다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관심 있으신 분들은 디아필라테스로 컨택해보세요~!! 장애인 스포츠 바우처도 사용 가능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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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전부 순수한 후기 기록 목적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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