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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로그/일상

장애인 맞춤 옷 제작기 : 이진주 모델리스트님과 함께!

작년 12월 경 다니던 디아필라테스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셔서 알게된 메이크슈어. 12월 첫 미팅을 시작으로 여러번 만나 맞춤옷을 제작했다. 
맞춤 옷 제작기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 신체 얘기부터 조금 해보자면, 난 키가 100cm 정도인 저신장 장애인이다. 그리고 골형성부전증이라는 선천적인 병으로 인해 뼈가 휘고 변형되고 자라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잘 맞는 기성복을 찾기 가 쉽지 않다. 일단 신체 비율로 따지자면 전체적으로 굉장히 짧다. 척추는 골형성부전증으로 뼈가 약해서 측만이 심하다. 그래서 20년 12월에 서울대병원에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고정하고 아주 약간 교정하는 수술도 진행했다. 하반신은 어릴 때부터 골반과 다리가 휘어 있는 상태라 골반이 다리를 벌리고 있는 모양새로 굳어 있다. 그리고 다리도 뼈가 많이 휘어져 있기 때문에 다리가 드러나는 옷을 절대 입지 않는다. 그나마 21년 6월에 휘어진 뼈를 조금 깎아내는 수술을 해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다리를 드러내는 건 나에게 있어 굉장히 꺼림칙한 일이다. 상반신도 목이 굉장히 짧은 편이고, 팔도 휘어져 있고, 관절이 굽혀지는 방향도 조금 차이가 있어서 타이트한 상의를 입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이면 신축성 있는 옷을 사 입었다. 겨울에는 주로 깔끔한 니트 티셔츠를, 여름에는 몸의 변형이 가려지는 여유 있는 블라우스를 입는다. (하지만 그마저도 불편해서 최근에는 반팔 니트티나 면 티를 입고 다닌다.) 하의로는 치마는 거의 입지 않는다. 휠체어를 타고 양반다리를 하는 모양새로 앉아 있기 때문에, 휠체어 운전을 해서 직진하면 맞바람 때문에 치마가 펄럭거려서 원치 않는 누드쇼를 하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고, 내 변형된 다리를 굳이 '동네 사람들~ 내 다리 좀 보시오~~'하고 자랑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지는 항상 기장을 잘라 입는다. 종종 운 좋게 5부 정도로 나온 바지가 그대로 잘 맞아서 기장 수선이 필요 없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잘라서 입는다. 최근에는 뒷판이 고무밴드로 되어 있는 반밴딩 슬랙스를 즐겨 입는다. 겉으로 보기에 깔끔하고 화장실 갔을 때에도 탈의와 착용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슬랙스는 대부분 와이드라 통이 너무 지나치게 커서 펄럭거린다.
암튼 메이크슈어에서 제안한 옷은 보다 포멀한 옷이었다. 그래서 블라우스와 치마를 맞춰보기로 했다. 일단 나와 같은 저신장장애인 치수 데이터와 경험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무료로 진행하기로 하셨다.
옷은 거의 한달 정도 소요되었던 것 같다. 괜찮아 보이는 블라우스 디자인을 보여드리고, 치마도 보여드렸더니 최대한 비슷하게 맞춰주셨다. 다만 내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여 여러 기능을 더하기로 했다.  

 
가봉 모습이다. 사이즈에 맞게 디자인을 비슷하게 제작해오셔서 입어보았다. 맞춤 옷 제작이 처음이라 다소 어색했지만, 그래도 세심하게 신경써 주시는 것이 좋았다.치마 길이가 신발을 다 덮지 않으면서도 다리가 다 덮혀서 적당해서 좋았다.
 

 
두번 째 가봉 모습이다. 포인트가 되는 카라와 주머니 모양 장식을 달아서 좀 더 본 제품에 가깝게 디자인됐다. 치마도 앉으면 뒤로 딸려 올라가는 뒷 기장을 좀 더 길게 했더니 딱 보기 좋은 길이가 됐다.
 

 
맞춤 옷인 만큼 블라우스와 치마 제작 원단도 직접 골랐다. 피부에 직접 대보기도 하고 치마 원단과 맞추어 보기도 하면서 골랐다. 선택지가 있으니 더 고민이 되었지만, 진주샘의 추천과 나의 취향을 합쳐 잘 고를 수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첫 맞춤복이다. 예뻐서 일본 여행에도 입고 갔다.
옷의 특징을 적어보자면...

  • 블라우스
    1. 짧은 목이 답답하지 않도록 카라를 눕히고, 가슴팍이 노출되지 않도록 앞부분을 둥그렇게 처리했다.
    2. 소매를 걷고 일하는 편이 많아서 소매에도 예쁘게 주름을 넣고 고무를 넣었다.
    3. 양쪽 관절이 자연스레 접히지 않아서 단추를 잠글 때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첫 번째 단추와 두 번째 단추 사이에 자석을 넣어 조금만 가까워도 자동으로 여며지도록 했다. 그리고 단추 구멍에 단추 넣기가 힘든 점을 고려해 똑딱이 단추를 달았다.
    4. 옷을 입을 때 하의 아래로 여며 입는 것이 힘든 것을 고려하여 상의 맨 끝단에 고무를 넣어 적당히 볼륨이 살도록 만들었다.
  • 스커트
    1. 추운 겨울에 입는 것을 고하여 일반 바지 위에 덧대 입을 수 있도록 허리를 넉넉하게 제작했다.
    2. 허리에도 고무를 넣었고, 후크와 지퍼를 넣어 입고 벗을 때 넓은 골반 때문에 불편함이 없도록 제작했다.
    3. 휠체어 진행방향으로 맞바람 칠 때 치마가 펄럭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치마 끝단에 똑딱이 단추를 달아서 고정되도록 했다.

 


 
이렇게 예쁜 옷을 맞춤으로 제작해보는 값진 경험을 해봐서 넘 좋았다. 메이크슈어 대표님과 이진주 모델리스트님 덕분이다. 현재 이진주 모델리스트님은 메이크슈어에서 나오셨고 따로 사업을 꾸리고 계신다. 이진주 모델리스트님과는 앞으로도 인연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재밌는 일들을 많이 벌려보아야지 ^^
# 제작 및 지원 : 메이크슈어
# 이진주 모델리스트님 연락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