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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로그/나들이

[230401] 휠체어로 인천 차이나타운

친한 친구가 인천에서 지낸지도 몇년이 지났는데, 단 한번도 갈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코로나도 풀렸겠다 놀자고 마음 먹고 룸메랑 1호선 타고 쭉- 가서 만났다. 1호선 인천행을 타고 종점까지 쭉- 가서 내리면 차이나타운이다. 휠체어로 가서 놀 수 있을만큼 편의시설도 잘 되어있는 편이라 가기가 좋았다. 사실 시간이 되면 월미바다열차 타고 월미도도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이때가 사실 벚꽃 만개 시즌이라 그런지 줄도 엄청 길고... 미리 예약하고 와야 한다고 해서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고 차이나타운 위주로만 돌아다니기로 했다.

차이나타운 쪽은 경사가 꽤 급한 곳이 많다. 수동휠체어로 가기에는 누군가가 밀어준다고 해도 무리가 있고, 그나마 전동휠체어가 나은데 경사 급한 곳에선 전복할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비나 눈이 내리는 겨울에는 휠체어가 아니라 그냥 걸어만 가도 미끄러지기 딱 좋을 도로 컨디션이니, 차이나타운 나들이를 고민하는 휠체어러는 날씨 신경을 많이 쓰셔야 할 것이다.

 


# 만다복

점심 쯤에 도착해서 일단 밥부터 먹기로 했다. 우리가 간 곳은 차이나타운 맛집으로 소문난 중화요리 집이다.

 

휠체어로도 출입이 충분히 가능한데 주말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으니 미리 예약을 할 수 있으면 하고 가도록 하자. 예약 하지 않으면 기본 한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휠체어가 있다고 하면 앉기 좋은 자리로 안내해주신다.

 

 

우리는 탕수육과 마파두부, 만다복의 대표 메뉴인 백년짜장과 짬뽕을 시켰다. 헉 근데 양이 진짜 엄청나게 많았다. 맛은 당연히 좋았는데... 이렇게 많은 줄 알았으면 메인 두개만 시킬걸 ㅠㅠ!!! 그치만 정말 맛있게 먹고 왔다. 마파두부는 일본에서 먹었던 기억을 되살려서 시켰는데 나쁘진 않았고, 개인적으로는 탕수육이 젤 맛있었던 것 같다. 백년짜장은 우리가 흔히 아는 짜장 맛과는 다르고 뭔가 된장 맛이 나는 듯한 느낌? 짬봉은 해물이 푸짐해서 맛있었다.

 


# 황제의 계단

 

만다복에서 식사를 하고 나와 지나는데 커다란 계단이 가로질렀다. 차이나타운 황제의 계단이라고... 눈에 다래끼가 나서 퉁퉁 부었지만 일단 사진은 찍고 보는 장제제의 패기... 휠체어로 올라가는 길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다. (별로 관심이 안가서 지나쳐 나옴)

 


 

# 짜장면 박물관

 

그리고 길에 지나가다가 짜장면 박물관이라는 데가 있어서 들어가봤다.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게 경사를 잘 만들어두어서 들어가기 편했고, 직원분들이 무척이나 친절했다. 예전에 인천에 있었던 공화춘이라는 중국음식집이 있었던 자리를 박물관으로 만든 것 같았는데, 아주아주 오래 전 메뉴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고 받은 상장 같은게 있었다. 그리고 짜장면종류에 대해 설명해둔게 있어서 모처럼 배웠다. 난 사실 유니짜장이 뭔지 몰랐는데... 고기를 갈아서 한거였구나. 한번 먹어보고 싶어졌다. 흔히 있는데 잘 먹지 않는 메뉴였던듯 ㅋㅋ

2층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있어서 다 돌아볼 수 있었는데, 설정샷 찍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아서 재밌었다. 

 


# 문학소매점

그리고 짜장면 박물관에서 나와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흔적님께서 추천해주신 인천 문학소매점에 가기로 했다. 사실 차이나타운에 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기도 하다. 나도 꽤 독립서점을 좋아하는데 좋아만 하는 편이었다. 왜냐면 대부분 휠체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 공간이 좁고 계단이나 턱이 가로막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적님께서 이 곳은 휠체어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추천해주셨고 언젠가는 가겠다고 벼르던 참이었다. 그래서 방문!

문학소매점은 일본식 가옥이 몰려 있는 곳에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었는데, 사진처럼 경사로가 있어서 휠체어 출입이 가능했다. 내부 공간은 그렇게 엄청 넓은 것은 아니었지만 휠체어가 다닐 정도는 되었고 (일방통행 식으로 한바퀴 돌며 보면 된다.) 재미있는 큐레이션이 있어서 열심히 구경했다. 그것은... 서점의 고객들이 하는 큐레이션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도 많이 보여서 괜히 뿌듯하고 반갑고 그랬다. 그리고 손님들이 써준 문장으로 책갈피도 만들어 같이 끼워주셨다. 책 아래에는 문학소매점 도장도 쾅 찍혀있는게 참 예뻤다.

(이후에 인스타로 DM 드려서 책을 구매하기도 했는데 완전 빨리 배송해주셨다 ^^)

인스타 링크는 요기~! )) https://www.instagram.com/munhaksomae/

 


# 인천서점

 

인천 서점은 옆에 도서관처럼 책이 있는 공간은 있긴 했는데 궁금하지 않아서 보진 않았고, 대신 옆에 있는 카페가 조용하고 놀기 좋아 보여서 들어갔다. 안에 칸막이로 해둔 공간은 휠체어로 들어가기엔 많이 좁아서 그냥 입구 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음료도 마시고 젤라또도 먹고 가져간 보드게임도 했다. 맛은 그냥 그랬던 듯.

 


담에 기회가 되면 월미도도 한번 가보고싶긴 한데, 막상 가봤자 또 휠체어로 탈만한 놀이기구는 없을 것 같아서 ... 흠. 그래도 해변열차는 좋다고 하니 한번 타볼만할지도... 어쨌든 문학소매점은 우리 동네에 있으면 자주 갈 것 같은데... 멀어서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온라인으로라도 이용을 해봐야겠다 :) 담에 가서 제대로 허락을 구하고 사진도 좀 찍어와서 따로 포스팅해보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