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만우절이었지만 거짓말을 하나도 할 수 없었다. 평소에 거짓말을 잘 하지 않는데다가 굳이 거짓말을 억지로 떠 올리려고 하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친한 동료나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거짓말을 하고 싶은데 평소에 하지 않는 일을 하려니 마음 같지 않다.
번역가 황석희님의 SNS를 보다가 내가 바라는 무언가를 이미 이룬 것처럼 만우절을 이용해 써보라는 글을 봤다. 문득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일까 잠깐 생각해 보았는데 지금 당장은 이루고 싶은 게 딱히 없다. 다만 하고 싶은 일은 많다. 예를들어 다음 주부터 배우기로 한 우쿨렐레를 잘 치고 싶고 일본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싶고 글도 쓰고 싶고 기록도 열심히 하고 싶고 읽은 책을 정리해서 필사도 하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이야 백만스물하나다. 하지만 무언가를 목표로 하고 시작하기에는 너무 다 지난하게 막연한 일들이다.
작년엔 내가 무엇을 이루었나 가만히 생각해 본다. 상반기 필라테스 콘테스트에 나갔다. 나에게 있어 굉장한 경험이었다. 평소 몸을 이용해 남들 앞에서 뽐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날은 내 몸이 자랑스러운 무언가가 되었다. 단순히 운동을 잘한다는 걸 드러낸다기 보단, 중증장애인도 필라테스 할 수 있어요! 하고 그 분야의 많은 사람들에게 증명했다. 내 고유한 몸으로 음악에 맞추어 여러 동작을 해내고야 말았을 때 너무도 기뻤다.
12월 초에는 JLPT N3 시험도 처음으로 쳤다. 솔직히 공부를 하나도 못 해서 안 치려고 했다. 근데 절친한 선생님이 그래도 경험이니 쳐보라고 했고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은 채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시험장에 가서 시험을 쳤다. 그래 뭐 떨어져도 공부 하나도 안하고 쳤으니까 아쉬울 거 없었고 붙으면 더 좋고 그런 마음이었다. 처음으로 강남에 있는 시사어학원에 가서 시험도 쳤다. 장애인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고, 마침내 올해 2월 합격 소식을 듣게 된 것도 굉장히 기뻤다. 뭐 턱걸이 점수긴 했지만.
두가지 큰 성과가 있었던 2024년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도서관 개관에 성공한 것이다. 겨우 도서관에서 일한지 10년 되었는데 개관을 하게 될지 몰랐고 어찌저찌 하다 보니 내가 진짜 개관을 하게 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과정이었지만 어쨌든 해냈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좋은 동료들과 추억 거리가 많이 생겼다는 것이 기쁘다. 날씨가 좋던지 비가 오던지 눈이 오던지 하루에 한번 이상 함께 공사 현장에 가 준 고마운 선생님들. 혼자 결정 내리기 어려운 것들도 함께 고민 해 주고 내가 독한 감기에 걸려 죽어 가면서도 야근을 해야 했을 때 퇴근 하면서도 잊지 않고 따뜻한 애플티를 사주었던 좋은 사람들. 도서관 개관 날 기쁜 마음으로 마라탕 집에서 꿔바로우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도 다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어쨌건 작년 1년 동안 열심히 한 결과 좋은 결실을 맺었다. 그리고 그 이후 약간 목표를 다시 세워야 하는 시기인것 같은데 어떤 목표가 좋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가만히 있으면 목표가 뚝 떨어지면 좋으련만. (그것도 내가 충분히 감당해낼 만한 것으로)
이렇게 막연할 땐 당장 이번 주의 큰 일들을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것도 막연하면 오늘 하루 당장 처리할 일에만 집중해야할테고. 암튼 당장 내일은 절친한 지인이 놀러올테고, 모레는 오랜만에 자료실 야근이 있다. 목요일 저녁에 퇴근후엔 금요일에 갈 부산 여행 짐을 간단하게나마 꾸려야 한다. 그리고 금요일엔 새벽일찍 일어나 부산에 다녀오고, 토요일엔 운동을 가야한다. 더불어 일요일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아마도 목요일 쯤엔 새로 독서모임할 책이 올테니 지금 읽는 책을 마저 읽으면 딱 좋을 것 같다. 금요일에 기차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가능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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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동료 샘들이랑 미니 독서모임을 꾸리기로 했다. 이번엔 가벼운 책으로. 한달에 한권 목표로 가볍게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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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찜닭이었다.
사장님이 사이즈업에 누룽지까지 서비스로 주신듯.
밥 먹고 가볍게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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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오늘 꽤 충격적 뉴스들이 많았는데
아침부터 그 충격에 잠이 화들짝 깼다.
에휴
앞으로 잘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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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찍은 진달래 + 피크민 우르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