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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로그/일상

장애인 맞춤옷 제작기 : 자켓 맞춤 (by. 이진주 모델리스트님)

더운 여름철. 직장생활을 하는 나는 주로 니트티셔츠나 블라우스 느낌 나는 티셔츠, 아니면 그냥 블라우스를 입고 다닌다. 움직일 때 편안하기도 하고, 적당히 체형을 가려주니 보기 싫지 않기도 하고. 그래서 적당한 옷이 보이면 막 사서 쟁여두었다가 하나, 둘 꺼내입었다. 

평소에 옷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었다. 그냥 입을 수 있는 옷이 보인다, 혹은 평소 입는 스타일의 옷이 보인다 하면 그냥 길게 고민 안하고 사는 편이었다. 애초에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이 한정돼있기 때문에 선택지가 없으니까. 그래서 옷 양은 많은데 스타일이 거의 비슷하다.

근데 진주샘을 만나고 난 후로는 평소에 못입는 옷도 눈여겨 보고 다닌다. 그 중에는 치마도 있고 원피스도 있지만 자켓도 있다.

자켓은 20대부터 가장 필요했지만 포기했던 종류다. 회사 면접을 보러 가거나 공식적인 행사가 있을 때 필수템인데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나는 아름다운 핏을 자랑하는 자켓이라는 옷을 입기에 매우 짧은 상체와 늘씬하지 않은 몸을 가졌기 때문이다. 가슴이 맞으면 어깨가 크고 어깨가 맞으면 가슴이 여며지지 않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지금 직장에 들어오기 전, 면접 때 입을 자켓이 없어서 옷가게에 사러 간 적이 있다. 정말 여기저기 다 돌았지만 나한테 맞는 자켓이 없었다. 소매야 길면 수선하면 되지만, 품이 작거나 어깨가 안맞으면 수선하기도 골치아파진다. 종일 쇼핑몰을 돌다가 겨우 그나마 맞는 걸 발견했는데 수십만원에 이르는 엄청 비싼 자켓이었다. 비싼 옷이라 고쳐 입기도 겁났다. 하지만 맞는게 없으니까 어쩌겠나, 사야지. 그치만 결국 그 옷도 집에 가져와서 고민하다가 입지 않고 대신 까만 가디건을 입고 면접을 봤다. 

근데 자켓이 필요한 건 면접 때 뿐만이 아니었다. 평소 일할 때야 문제가 되지 않지만 좀 중요한 행사 같은 것이 있으면 '자켓 하나 쯤 있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몰려왔다. 그치만 맞는 옷이 없는 걸 어떡하나? 그냥 깨끗하게 포기할 수 밖에. 하지만 나에게 진주쌤이라는 귀한 인연이 찾아왔다. 진주샘이 자켓이 없다는 내 고민을 듣고서 선물해주겠다고 하셨다. 헉... 이렇게 감사할 수가!

 


 

그치만, 진주샘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별로 기대가 없었다. 지금까지 실패한 경험만 있기 때문에 맞게 제작한다고 해도 어울릴 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치만 일단 해봐서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 사진은 진주샘이랑 가봉도 다 끝내놓고 완제품이 나오기 얼마 전 우연히 옷가게에 갔다가 짤막한 자켓이 많아서 입어보고 찍은 사진이다. 요즘 옷이 되게 짧게 나온다. (유행인가보다.) 이렇게 짧은 옷이 유행이면 참 감사하지만, 짧다고 옷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

 

 

보면 알겠지만 카라가 너무 아래까지 내려와서 움직이면 가슴팍이 벌어지고, 짧은 기장임에도 불구하고 앉으면 옷의 허리, 배 부분이 찌그러진다. (허리도 마찬가지겠지?) 그리고 어깨도 크다. 나는 어깨 뽕 들어간 옷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데 자켓은 대부분 뽕이 다 들어가있어서 선택지가 없다 ㅋㅋ 

암튼 개인적으로는 젤 첫번째 하얀 자켓이 탐났지만, 가격도 저렴했지만, 어깨랑 이것저것 맞지 않아서 포기. 곧 나올 진주샘표 자켓에 기대를 걸기로 했다.

 


 

본론으로 돌아와 가봉 때 사진이다. 이전에 블라우스 맞춘 적이 있어서 신체 사이즈를 진주샘이 다 아시기 때문에 가봉이 빨리 나왔다. 내 짧은 몸에 맞게 카라가 자켓 치곤 짤막하게 들어갔고, 5부 정도 사이즈를 좋아해서 소매도 그렇게 맞췄다. 소매에 주름도 들어가면 예쁠 것 같아서 그렇게 요청드렸다. 가봉인데도 벌써 뭔가 옷이 잘 맞다.

 

 

그리고 천도 직접 고를 수 있도록 진주샘이 적당한 천 샘플을 가지고 오셨다. 여름 자켓으로 쓸만한 천이 이렇게 다양하다니... 천 종류도 다양하고 색깔도 다양해서 고르기 힘들었지만 완제품을 상상하면서 열심히 골랐다. 얼굴에 대보면서 잘 어울리는 색깔도 찾았다.

(이때 치마바지도 같이 만들었어서 천 샘플이 좀 많다. ㅋㅋㅋ 치마바지도 곧 업로드 할 예정임!)

 


 

그리고 마침내...! 완제품이 나왔다!

 

 

여름에 캐주얼하게 입으려고 카키색을 골랐는데 헛 너무 귀엽게 잘 나왔다. 허리에 고무단도 적당해서 주름도 정말 예쁘다. 허거겅. 그렇다면 착샷은 어떨까? 

 

 

앞기장 뒷기장이 적당해서 앞이 접히거나 하지 않는다. 단추를 잠궈도 풀어도 자연스럽고 딱 예쁜 핏. 소매도 일할 때 거추장스럽지 않게 5부로 해서 넘넘 좋다. 내피 없이 시원하게 제작했고, 주름도 잘 가지 않는 천이라 넘넘 맘에 든다. 

사진에서 티가 나지는 않지만, 맨 윗 단추는 자석단추라 팔 굽히기 힘든 내게 너무 편하다. 아니 이렇게 귀엽고 예쁜 옷을 진주샘이 선물해주시다니... 나는 복이 터졌다 ㅠㅠ

 

 

옷 받아들고 뒷날 신나게 출근했다가 고향 가는 길에 찍었다. 안에 캐주얼한거 암거나 입어도 딱 어울린다. 티셔츠랑 입었는데도 어색함이 없다. 입고 갔더니 어무니도 괜찮다고 매우 칭찬하셨다는 후문!

진주샘... 넘 고마버요... 당신은 에인졀..!!!!

장애인 맞춤옷 제작이 궁금하거나 필요하다면! 진주샘께 컨택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