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근무지 변경 이후 정말 많은 사람들을 새롭게 만나게 되었다. 외향적인 편이어서 꾸준히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고 느슨하게든 긴밀하게든 관계를 이어가다 꾸준히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꾸준히 관계가 흐릿해지기도 하는데, 1월 이후로는 새로운 사람을 알게되는 기회가 최근 코스피 지수마냥 급상승했었다. 이런 환경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사람 얼굴을 한, 두번 만나서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데, 그래서 오히려 상대방이 매우 반갑게 대해주면 더 고마워서 마음이 활짝 열리고는 했다.
암튼 최근에 타부서와 회의도 잦고 얼결에 내 일이 아닌 곳에도 잔소리를 보태러 동행하게 되는 등 새로운 사람 만날 일이 많았다. 그리고 생각치도 못한 온갖 기관, 단체와 협력해서 행사를 진행하고, 이전엔 연 2회였던 작가초청 행사가 월 3회로 늘어나며 온갖 분야의 작가님도 직접 대면하게 되는 상황이 많았다. 그러면서 별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되었는데 그 덕에 내가 사람을 굉장히 좁은 시야로만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꽤 좋아하는 작가님이 있었다. 책에서 꽤 날카롭고 예민하고 솔직하게 표현하시는 분이었다. 이 분의 책들을 굉장히 좋아해서 강연 섭외를 시도했는데 덜컥 수락을 받았다. 긍정의 회신을 받고 신나서 사무실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이후 덜컥 겁이 났다. 나 이 분 실제로 만나서 실망하면 어떡하지? 혹은 내가 실수라도 해서 작가님께 누가 된다면... 다행히도 작가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편안하고 좋은 분이었다. 좋은 기억을 남기고 행사가 끝났다. 작가님과 인연이 여기까지인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항상 좋지만은 않은 법. 또 엄청 좋아하는 작가님이 있었다. 꽤 힘들었던 시절 작가님의 이야기를 만나 마음을 토닥였다. 힘들고 삭막했던 하루하루를 위로하는 나긋한 목소리가 정말 좋았다. 당연히 좋겠지? 하고 섭외했다. 그러나 아뿔싸! 이 분은 내가 생각치도 못하게 극한의 효율 추구자였고, 필요한 말씀만 했고, 상대가 하는 말도 끊어먹었다. 어... 진짜 특이한 사람이다. 그분의 이야기에선 전혀 느끼지 못했던 분위기였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대체 뭐람.
어떤 분은 강연장에 와서 민감한 성격을 엄청나게 드러냈다. 마이크의 위치, 사운드, 울리는 정도까지 체크했고 (가수가 아닌 이상 보통 이정도까진 하지 않는데!) 차분한 책 내용과는 달리 안절부절 못하셨다. 어떤 분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달리 지각으로 내 맘을 졸이게 만들었다. 도착해서 진행한 행사의 반응은 정말 엄청났지만, 그날 작가님의 지각으로 무너진 내 마음도 엄청나게 처참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겪게 되면서 뭐랄까, 처음에는 한명 한명이 굉장히 별나게 느껴졌었다. 아, 뭐야. 이 사람 생각보다 예민하네. 이 사람 생각보다 약속을 안 지키네. 생각했던 거랑 다르네. 하면서 마음 속에 평점을 매겨댔다. 이 사람 좋아, 흥 이 사람은 별로. 하면서 가렸다. 그런데 이 경험이 열 번, 스무 번이 되자 이제는 아무렇지 않아졌다. 이 사람도 꽤나 특이하네. 특이하지 않으면 작가가 되기 힘든 걸까? 혼자 맘 속으로 되뇌었다. 근데 그 생각의 끝에 다다르자 나 자신이 있었다. 나도 누군가에겐 특이한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물음이었다.
글쎄, 나도 꽤 이 구역에선 특이한 사람인데. 사서 중에 잘 없는 외향적 인간이기도 하거니와, 다른 사람들이 다 어려워하는 시작이 세상에서 제일 쉬운 사람이고, 마무리가 제일 어렵기도 하다. 목소리가 크고, 음악이 나오면 몰래 발가락 끝이라도 흔들어야 직성이 풀리고, 책은 겁나 사재끼지만 끝까지 읽는 책은 정작 몇권 안되는 사람. 늘 책상이 더럽고 정신없고, 늘 "치울거예요"를 반복하고, 도저히 공간이 없을 때가 되어서야 치우기로 마음 먹는 사람이다. 사서지만 분류, 목록이 너무 재미가 없고 다 싫어하는 행사나 사람 대면하는 일 좋아하는 별종이다.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도 사는데 다른 특이한 사람이야 뭐, 남한테 크게 피해만 안준다면야 다 받아들여야 인지상정이지.
역시 사람은 사람을 많이 만나야하고, 많이 경험해봐야 하나보다. 그만큼 마음의 그릇이 넓어지는 기분. 그렇게 특이한 것을 평범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성장하는 과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