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함께하는/PLACE: 책이 있는 곳

[250619·21] 2025 서울국제도서전 : 믿을 구석 - 후기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주최가 바뀌었다는 무성한 소문을 듣고 괜찮으려나? 하는 마음으로 관람을 계획했다. 작년에 장애인 티켓은 현장발권이었던게 기억나서 그냥 얼리버드 예매 안했는데... 얼리버드에서 이미 표 다 팔렸다고 해서 놀랐다. 나랑 같이 가서 관람을 도와줄 동반인이 있으면 좋은데 어떡하지 하다가 혹시나 해서 국제도서전 주최측에 전화해 물어봤더니 다행히 동반1인까진 된다고 해서 신나서 달려감.
(휠체어 장애인은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진짜 관람이 어렵다. 사람 뚫기도 어렵거니와 매대에 있는 책에 손이 닿지도 않아서 대형출판사는 더 보기 힘들다. 오히려 작은 출판사는 출판사 직원분들이 밀착도움(?)을 주시는 경우도 많아서 좋다만.) 

 

이번엔 목요일에 출장으로 한번, 토요일에 룸메이트랑 한번, 이렇게 총 두번 방문했다. 출장으로 갔을 때는 얼결에 평산책방 문재인대통령 오신다고 몰린 행렬에 갇혀서 기왕 이렇게 된김에 나도 보자~ 하고 한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정작 본건 뒤통수 정도. 사람도 너무 많아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직장 사람들이랑 합류하고 나서는 박정민 배우 출판사 가서 섭외(?)를 모색해볼까 하다가 주변까진 어떻게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고 힘들어보이셔서 오히려 실례일 것 같아서 포기했다. 그냥 대형출판사를 눈으로 훑듯 본게 끝이었던 목요일 관람.

 

제대로 본건 토요일이었다. 내 활동지원사이기도 한 룸메이트가 이번 국제도서전을 꼭 보고싶어했기도 하고(이런 저런 독서굿즈를 탐냈다.) 난 가봐야 뻔히 매진일텐데 뭐하러 또 가나~ 했다가 그냥 토요일에 큰 마음 먹고 다시 나갔다. 삼성역은 항상 사람이 많아서 도착하자마자 타야하는 좁디 좁은 엘리베이터에서부터 기가 빨려버리고, 중간에 강제로 타야하는 리프트 때문에 속이 터져서 항상 가려면 좀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곳인데, 목요일에 이미 도서전에서 기가 왕창 빨려버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긴장을 하게 됐다. 다만 A홀이 아니라 B홀로 들어가면 좀 낫다는 말에 희망을 품고 집을 나섰다. (결과적으론 B홀이나 A홀이나 ...)

 

국제도서전 A홀과 B홀 입구

 

입구에 사람이 좀 덜 몰려있다 정도지 B홀에 들어가도 사람이 많은 것은 매한가지여서 다니기 힘든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인기 부스는 역시나 사람이 엄청 몰려있어서... 휠체어로 관람하려면 출판사 직원분의 집중어린 관심 없이는 좀 힘든 것 같긴하다.

암튼 이번에 국제도서전에서 힘들게 힘들게 만나서 구매해 온 책들을 좀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유유출판사

 

유유출판사는 언제나 사랑이다. 컴팩트하고 가벼운 도서 사이즈도 좋고, 직관적인 제목도 실용적인 내용도 늘 좋은 출판사. 

 

미묘한 메모의 묘미 : 시작은 언제나 메모였다

 

미묘한 메모의 묘미 : 알라딘

걸으면서도, 어둠 속에서도, 종이와 연필로도, 프로그램와 애플리케이션으로도, 글자로도, 그림으로도, 사진으로도 영상으로도 메모하는 ‘자타공인 메모광’ 소설가 김중혁의 메모에 관한 이

www.aladin.co.kr

 

이 책은 사실 SNS에서부터 궁금해서 사야지 했던 책인데, 목요일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보지 못하다가 토요일에 마침내 매대에 접근해서 구경하고 구매한 책이다. 메모가 표지에 바로 있어서 인상적이었는데 김중혁 작가의 책이었다. 글 쓰는 사람의 메모 책이라니 무조건 좋을 것으로 판단하여 픽.

 

첫 책 만드는 법 :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기쁨을 위하여

 

첫 책 만드는 법 : 알라딘

나만의 작가를 찾아 신선한 신간을 기획해 보고 싶어 하는 편집자, 될성부른 작가를 발견하고도 ‘첫 책’이라는 부담과 불안으로 계약을 주저하는 발행인, 책을 써 본적은 없지만 언젠가 만날

www.aladin.co.kr

 

요즘 책 쓰는데 관심이 생겨서 책은 대체 어떻게 쓰지? 처음이란 장벽은 넘기 어렵구나. 라고 생각하던 차에 매대에서 발견했다. 출판 편집자 입장에서 어떤 점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구매했다.

 

SF쓰는 법 : 과학적 상상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SF 쓰는 법 : 알라딘

낯선 세계에서 인간의 삶을 상상해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장르 SF. 이 책은 과학 분야 전문가나 연구자가 아니어도,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보곤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SF를

www.aladin.co.kr

 

동거인 외에는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난 사실 SF소설 쓰기를 종종 생각한다. 가지고 있는 큰 설정이 두 가지가 있다, 그치만 뭔가 소설을 힘있게 이어가는 법을 모르겠더라고... 막상 읽고 나면 더 심란해져서 못쓰게 될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언젠간 쓰고싶은 SF소설을 위해 구매.

 


 

평산책방

 

평산책방은 실제로도 한번 가보고픈 서점인데 양산까지 휠체어 끌고 가는게 쉬운 일은 아니어서 벼르고 있다. (친구들은 이미 갔다 왔더라 ㅠㅠ) 암튼 직접 가보지는 못하니까 이렇게라도 큐레이션을 보고싶어서 들렸다가 세권이나 삼...ㅎ 굿즈도...ㅎ

 

문재인의 독서노트

 

문재인의 독서노트 : 알라딘

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낸 문재인 전 대통령의 독후감 모음집이다. 2012년 5월부터 2024년 3월까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소개한 102권의 독후감을 ‘취임 이전’ ‘재임 시기’ ‘퇴임 이후’로

www.aladin.co.kr

 

문재인대통령이 책 읽고 남긴 메모들을 책으로 엮은 듯. 엄청 깊이 있는 내용이 있진 않을 것 같지만 얕게나마 그의 시선이 궁금하기도 하고, 이런식으로 책을 엮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구매하게 됐다.

 

잡초학자의 아웃사이더 인생 수업

 

잡초학자의 아웃사이더 인생 수업 : 알라딘

생명의 개성에 얽힌 비밀과 생물 진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가슴 따뜻한 과학 에세이다. 이 책은 2021년 일본 국립, 사

www.aladin.co.kr

 

난 생물, 자연 이런데 좀 약하다. 잡초학자라니...! 모르고 보면 잡초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잡초랄 것이 없겠지. 그런 시선을 기대하고 구매해봤다.

 

공부 못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공부 못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 알라딘

 

www.aladin.co.kr

 

이 책은 일단 제목부터가 너무나 궁금증을 유발한다. 읽으면 나도 어릴 때 생각도 날 것 같고 재밌을 것 같아서 구매했다.

 


 

오월의 봄

 

오월의 봄은 말해 무엇하나? 필독서가 넘나 많은 출판사. 갔더니 장애차별, 여성혐오, 자본주의를 짓밟고 다니라는 뜻에서 양말도 만들어 파시던데... (도서 얼마 이상 사면 증정도 해주시던~) 나도 책 샀더니 두개 받았다. 다만 성인용 양말이라 발 작은 나는 못 신어서 룸메에게 죄다 드림.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 알라딘

지난여름(2023년 6~7월) 발행된 《경향신문》의 기획기사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는 작업복을 화두 삼은 이런 물음을 던지며 여러 노동 현장을 취재했고, 언론계와 독자들의 뜨거

www.aladin.co.kr

 

블루칼라에 대한 현실적인 내용을 담았을 것 같아서 기대에 차서 구매했다. 작업복이라니 참신한 기획이다.

 

틈새 연대기

 

틈새 연대기 : 알라딘

“신령은 종차별과 성차별을 넘어서는 존재”라는 세계관 속에서 여성, 퀴어, 성노동자, 정신장애인, 비인간 동물, 서툰 외국어 사용자 등 다양한 소수자들과 호흡하며 부단한 연대 활동을 이어

www.aladin.co.kr

 

사실 무슨 책인지 몰랐는데 출판사 직원분이 엄청 설명해주셔서 가만히 듣다가... 어? 이분..? 그분인가? 싶어서 마구 여쭤봤던 책인데. 작가님의 언니인 '홍승은' 작가님의 책을 넘 인상깊게 읽었었는데, 작가님의 동생이 무당이자 작가라는 사실도 언젠가 들었어서 언젠가 이분의 책을 한번은 읽어보고 싶었단 말이지. 사실 이분의 전작인 '신령님이 보고 계셔'를 더 보고 싶었는데 이래저래 미루다 잊고 있었다가 또 이분의 작품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럼 어째. 사야지. 어쨌든 소수자의 시선으로 여행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서 기대하며 구매했다.

 


 

남해의 봄날

 

남해의 봄날은 내가 지인짜 애정하는 출판사다. 지역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발굴해 책으로 만들어 알리는 모습에 넘나 반해버린 곳. 예전에 남해의 봄날 서점도 갔다 왔었는데 너무 너무 좋았던 기억..

 

마음을 두고 온 곳, 세계의 구멍가게 이야기

 

마음을 두고 온 곳, 세계의 구멍가게 이야기 : 알라딘

25년 넘게 그려온 정겨운 구멍가게 그림으로 꾸준히 사랑받아 온 화가 이미경. 이번 책에서 작가는 지난 10여 년간 영국, 프랑스, 모로코, 튀르키예, 몽골, 네팔, 인도네시아 등 19개국에서 만난 이

www.aladin.co.kr

 

사실 이런 저런 책을 더 보려고 하다가 매대에 이 책이 있는 걸 보고 너무 좋아서 룸메이트에게 얘기해주고 있었는데 작가님이 와계셨다!??!!? 그래서 사인을 받고 책을 구매해버렸다....................... 넘나 럭키한 상황 ㅠㅠ 이번 신작도 너무 기대된다. 예전에 이 시리즈가 너무 좋아서 여기저기 선물도 했었는데 신작이라니!!!!

 


 

탐조책방

 

SNS에서 눈팅만 엄청 하고 있는 탐조책방. 탐조를 나도 한번 해보고 싶긴 한데 괜히 용기가 생기지 않아서 선뜻 가보진 못하고, 책만 기웃대다가 이번에 또 갔다. 갔더니 서점지기님이 날 기억하셔서.. (작년에 오셨었죠...? 라고 조심스레 물어보셨다 ㅋㅋㅋ) 그래서 냉큼 책을 샀다. 룸메가 토리빵을 발견하고 어 여기 토리빵!! 하니까 서점지기님이 1-7권이 품절인데 8권부터 최근에 나오고 있다고 막 설명해주셨는데, 나는 1-7권을 중고로 사두어서 괜히 마음이 뿌듯했던 (?)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

 

맹순 씨네 아파트에 온 새 : 알라딘

코로나19로 모든 생활이 멈췄던 때에 맹순 씨 가족은 아파트 정원과 베란다에서 무려 47종의 새를 만났다. 탐조 전문가도 아니고, 값비싼 장비도 없이 이토록 많은 새를 어떻게 만난 걸까? 그 비

www.aladin.co.kr

 

책의 저자인 맹순씨가 와계셨는데 피곤해보이셔서 사인까진 말씀 안드렸다.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이 요 책을 추천한 바람에 더 핫해진 것 같다. 이 책도 얼른 읽어 봐야지. 새 그림이 참 예쁜 듯. 새 그림으로 굿즈도 만드셨던데 ㅎㅎ 읽고 나면 왠지 이 때 안 산게 후회될 것 같다.

 


 

소미미디어

 

만화도서관 사서로서(?) 멀리서부터 팬텀 버스터즈가 눈에 띄어서 냉큼 뛰어간 소미미디어. 팬텀 버스터즈는 뭔가 뇌 빼고 봐야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그림이 나쁘지 않아서 재밌게 보는데, 신작 소개 해주셔서 냉큼 구매해보았다.

 

에리오와 전기 인형 1

 

에리오와 전기 인형 1 : 알라딘

100년 전에 시작된 인류와 AI의 전쟁은 인류가 전기를 포기함으로써 끝났다. 전기를 잃은 세상을 살아가는 최후의 전기 인형, 앙쥬와 전기 인형의 손에 길러진 인간, 에리오의 근미래 스팀펑크 모

www.aladin.co.kr

 

일단 그림이 너무 예뻤고 + 안드로이드 얘기라 궁금해서 구매했는데 백합물이었다. 보다가 첨부터 안드로이드랑 뽀뽀장면이 나와서 어?... 했는데 암튼 2권이 곧 나온다더니 온라인 서점에 나온듯? 시간 될 때 슬슬 봐야지.

 


 

이렇게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이야기는 끝. 근데 난 국제도서전이 늘상 좀 아쉽다. 바꿔나갈 수 있는 건데 매번 바뀌지 않는 것들에 대해 몇가지만 언급해보자면.

 

1. 장애인 관람객은 항상 책 구경하기가 힘든데 전체적으로 평대를 좀 내려주시면 안되나... 뭐 출판사마다 다들 다르게 준비하니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주최측에서 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배려에 대해 좀 언급이라도 해주시면 많은 곳에서 좀 배려를 해서 만들 듯 한데... 휠체어러에게 평대는 너무 높고 넓다. 출판사 직원분이 도와주시면 그나마 몇 권 찝어서 볼 순 있다만 내향적인 장애인들은 그마저도 쉽지 않으니, 평대라도 좀 낮게 만들어주시면 진짜 너무 고마울 것 같다.

 

2. 항상 메이저 출판사가 A홀에, 독립서점 출판사가 B홀에 있는 편인데 이거 좀 바꾸면 안되나? 메이저 출판사는 굳이 국제도서전에서 크게 어필하지 않아도 유명한데, 이런 행사일 수록 독립출판 쪽에 좀 더 힘을 실어주는게 좋지않나? 메이저 출판사는 경제적으로도 항상 뒷받침되니 크고 화려한 부스에 엄청나게 많은 도서들을 가지고 있어서 걍 존재만 해도 존재감이 뿜뿜인데, 독립출판쪽은 그렇지 않으니까, 적어도 사람 유동 많은곳에 독립출판사를 좀 놔주면,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면서 볼테니 상생에도 좋을 듯 한데, 왜 항상 국제도서전 주최측은 이런 생각을 안하는걸까

 

3. 코엑스도 좁은 공간인 건 알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없는 유휴공간에 작은 벤치라도 좀 놔주면 좋겠다. 사람들 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데 문제라고 생각 안되나...? 좀 청결한 공간에서 잠깐이나마 좀 쉴 수 있게 해주면 좋겠는데 사람들 전부 벽쪽에 나자빠져 있는 거 보면 맘이 참 그렇다.

 

4. 유명인사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부스는 좀 넓은 데로 빼주면 좋겠다. 문재인대통령도 그렇고 박정민 배우도 그렇고 사람 엄청 몰려서 줄서니 다른 출판사 피해가 막심하더라... 이런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인데 왜 대비가 안되는 건지 모르겠다.

 

 

뭐 이렇게 잔소리하듯 글 써도 볼 사람만 볼테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네.